삶의 수용소에서 울리는 클락션
잠겼던 눈이 반쯤 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갑지 않은 띠리링 하는 알람 소리가
나와 침대를 분리시키려 한다.
“일어나야 하는데”
몸과 생각에 분리가 먼저 일어났는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어찌하여,
눈을 비비고 침구를 펄럭인다.
간밤에 생긴 주름들을 펴주고,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음을,
내 눈에게 화장실 불빛으로 알려준다.
아침으로 선택한 과일들은,
어제와는 다른 맛을 나에게 보여준다.
어떤 것은 더 달고,
어떤 것은 뱉어야 할 것 같다.
분명 같은 과일 아닌가?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은 듯하다.
어제와는 다른 파란색 옷을 선택한다.
하지만 위에 걸치는 옷은 똑같다
이 정도 반복은 괜찮지?
나는 받지 못할 질문을 던지며,
잠시 망설인다.
나는 분명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다.
내가 먹은 블루베리도,
내가 지금 입은 새파란 옷도,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여준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같은 곳을 향하고 있고,
나의 생각 또한 어제와 같은 생각들이다.
어제도 나는 무엇을 입을지 고민했고,
무엇을 먹고 난 감상평을 말하곤 했다.
그렇다면, 정말 달라진 것이 있는 것일까?
그러한 생각은 사치라고 말하듯,
뒤에서 빵 하며 나에게 신호를 보라고 말한다.
아차하고 노란색 신호를 통과하고,
나는 익숙하게 가던 곳을 향한다.
익숙한 곳에 도착하니,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손과 발에도 촉촉함이 느껴지며,
아무 일 없이 오전 시간이 지나갔으면 한다.
또, 누군가에게 급하다고 시달리는 것은 아닐까?
그땐 몰랐다.
아무 일이 없어도, 나는 이미 그런 시달리는 일을 경험한 것이란 걸.
그렇게 안정되지 못한 나의 신경계는 점심시간
긴장을 유지한다.
매번, 이렇게 긴장을 느끼는 것이
내가 매일을 다르게 산다는 증거 아니겠어?
누군가 시계를 느리게 가는 것으로 바꿔놓은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할 때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동료들에게 인사를 한다.
오늘 하루도 지나갔군.
8시간 동안 방치해 둔 나의 차 시동을 걸려고 하는데,
문득 내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치, 1분 전만 해도 생생했던 꿈을
기억해내려 해도 볼 수 없듯이,
나의 일상 또한 무의식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바로 출발하지 못한 차는,
무슨 일이냐며 떨며 나의 손을 흔들지만,
나의 시선은 허공을 향할 뿐,
손은 그 순간 돌이 된 것처럼 어떠한 미동도 없다.
도대체,
나는 누구의 삶을 사는 건가?
내가 팔아먹은 시간에 대한 보상을
은행 계좌에서 살펴본다.
“다들 그렇게 산다”
잔인한 어머니의 말
“야 그럼 뭐 할 건데?”
해결책을 촉구하는 친구들의 말
언제부터 대안을 댈 수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는가?
언제부터 나는 누가 납득할 만한 삶만을
살아야만 하는 사람이 되었는가?
나의 예상과 다르게,
나의 손이 빠르게 수직으로 낙하하며
빵 하고 크게 클락션을 울린다.
주차장에 퍼진 그 큰 소리가,
나의 심장에 알 수 없는 파동으로 퍼진다.
그 순간, 보조석에 놓여 있던 책이 눈에 들어온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나의 호기심 많은 손은, 책을 사르륵 열어주더니,
나에게 어느 구절을 가리킨다.
“삶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며, 우리는 대답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이해한다”
삶? 대답?
정답이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나의 생각을 말해야 한다는 것일까?
어쩌면 어떤 대답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해 준다는 것은 아닐까?
나는 조용히 책을 덮고,
그 고요한 떨림에 몸을 맡긴다.
내가 나를 수용소에 몰아넣었던 것은 아닐지,
속죄하는 마음으로 자동차 핸들에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나의 몸을 들썩인다.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