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말을 타는 나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눈을 떴을 뿐인데
팔과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이게… 무슨 일이야?
맑지 못한 시야 속에서,
흐릿한 형상들이 나를 응시한다.
내가 살아 있다는 걸,
그저 눈을 깜박이는 것으로만 알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달라진 삶.
어제는 걸을 수 있었고,
먹을 수 있었고,
일할 수 있었고,
화장실도… 혼자 갈 수 있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눈을 감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창밖엔 새들이 규칙적인 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아무 생각 없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마저
오늘은 유난히 부럽다.
왜 하필 나야?
왜 지금, 왜 이렇게?
가족들의 눈빛이 가슴을 찌른다.
엄마는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잡는다.
눈물이라곤 본 적 없던 아빠가 어깨를 떨군다.
말끝마다 부딪히던 동생은 벽에 주저앉는다.
나는 눈을 질끈 감는다.
다시 떠본다.
… 아무것도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엄마가 죽 한 숟갈을 떠서 내게 내민다.
나는 고개를 돌린다.
입술을 꾹 다문 채, 거부한다.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회복될지조차 모르는데…
또다시 노력, 또다시 절망…
그저 다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한 삶이라면,
왜 살아야 하지?
나는 속으로 외친다.
“싫어! 하지 마! 나 좀 내버려둬내버려 둬!”
하지만 그 어떤 말도
내 입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누군가 말한다.
"인생사 새옹지마야."
문득 떠오른 이야기.
중국의 변방, 말을 잃은 노인.
사람들은 안타까워했지만,
그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도망친 말이 더 좋은 말을 데려왔을 때,
모두가 부러워했지만,
그는 또 어깨를 으쓱했다.
아들이 말을 타다 다리를 다쳤을 때,
그는 여전히 조용했고
전쟁이 터졌을 때,
다친 아들은 징집되지 않았다.
노인은 그 모든 변화에
단 하나의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저… 삶을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의 어깨 으쓱임이
나에게 천천히 전염된다.
나는 창밖을 본다.
땅 위를 더듬으며 기어가는 매미 유충 하나.
13년을 땅 속에서 지내고,
겨우 여름 한철을 날개 달아 날다 죽는다.
그저 측은했지만…
문득 의문이 든다.
그게 진짜 불행일까?
매미는 그저
자신이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거기엔 슬픔도, 의미도,
그 어떤 판단도 없다.
에픽테토스가 떠오른다.
“사건은 스스로 나쁘지 않다.
우리가 그것을 나쁘다고 판단함으로써 고통이 생긴다.”
… 그렇다면,나를 불행하게 하는 건,
이 사건이 아니라
그걸 바라보는 나 아닐까?
삶은…
내 행복에 아무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있다.
지금, 여기에.
나는 조용히
손가락 하나를 꿈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