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Story

저번에 내가 샀으니 오늘은 너가 사야한다는 손익계산서

Al Da Vinci 2025. 6. 26. 21:28

,
마치 앞에 있는 잔을 비우지 않으면 되는 ,
하고 서로 잔을 부딪히며 비워낸다.
그와 함께, 마음속에 차마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도
조금씩 얼굴 위로 떠오른다.

 

근데…”
짧은 뒤에, 오래된 속마음이 흘러나온다.
나는 못난 사람인 같아.”

진심이 느껴지는 자책.
하지만, 평소 그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레 묻는다.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그는 꺼내놓는다.
어릴 부모님과의 관계.
자신에게 주어진 규칙, 따랐던 자신.
수학여행을 것도, 이과를 선택한 것도, 대기업을 것도
매번자신이 결정했다 말은 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기준 맞춘 선택이었다.

 

 

[액자에 맞추려는 바다 퍼즐]

 

그는 말한다.
내가 선택을 했다고 믿고 싶은데,
이렇게 찝찝하지?”

그리고는, 다른 길을 선택한 이들을 비하하며
자신을 방어한다.


순간, 그의 눈빛이 촉촉해진다.
눈물은 없지만, 나는 느낀다.
그건 마음이 흘리는 눈물이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제부터라도,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해보면 어떨까?”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맞아. 이제 나는 절대 손해 보지 않을 거야.”

 

내가 말한 , 그건 아니었는데.
하지만 속에 담긴,
그의 다짐과 아픔을 나는 이해한다.
나와는 다른 길을 것이다.


하지만, 그도 그의 방식대로 길을 개척해 나가리라.
지금은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손해라


언제부턴가, 우리는 모든 일에 손익계산서 붙이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이야기
자신이 도와준 일을 일일이 돈으로 계산해 부모에게 청구한 아이.
그리고 모든 항목에공짜라고 적어 답한 엄마.

돈은, 분명 세상을 간편하게 해주는 도구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너무 많은 숫자로 바꾸고 만다.
무엇을 주었고, 무엇을 받았는지.
이해와 용서마저,
교환의 언어로 환산해버릴 만큼.

 

하지만 과연,
모든 것을 그렇게 계산할 있을까?

 

혹은 그래야만 할까?

이런 생각 끝에 문득,
뉴스 정치인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


어디서 많이 문장이다.

그들에게 혁신을 바라는
어쩌면 개미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를 바라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들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그들도 그들 나름의 신념이 있으니까.
신념을 따르는 사람이 있는 ,
그들의 존재도 의미가 있을 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신념들이 등장하길 바란다.
옳고 그름의 싸움이 아니라,
존재만으로 다양함을 증명할 있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빛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종이 인형]

 

그들 역시 나뉘어 다툴 있겠지만,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사람은 오히려 선택을 포기한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스무 가지 하나를 고르라면 망설이지만,
가지를 골라도 된다면
우리는 훨씬 쉽게 고른다.

 

선택은,
하나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품는 아닐까?

 

나는 앞에 놓인 파전을 바라본다.
, 해물, 밀가루 반죽이
섞여 하나가 모습.

 

어쩌면,
해물파전이 우리보다
고등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