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에 난데 없는 파이트 클럽
아침, 눈이 번쩍 뜨인다.
아직도 세상은 어둠에 잠겨 있다.
조용하고, 침묵이 더 익숙한 시간.
시계를 본다.
새벽 3시.
어디선가 들었다.
이 시간은 무의식이 나에게 말을 거는 시간이라고.
또 어디선가 보았다.
새벽 3시에 자주 깨는 건 간이 좋지 않다는 신호라고도.
어찌되었건 정말,
무언가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피식 웃으며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려다,
눈을 감지 못한 채, 어제 구상했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건 내 거다.
내가 만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서비스.
탄탄한 계획.
남은 건 실행뿐.
“이대로만 하면 된다.”
생각이 또렷하고,
정신도 맑고,
모든 게 완벽하게 정렬되어 있었다.
…그런데,
속삭이는 목소리 하나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정말 네가 할 수 있을까?”
“너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너보다 잘난 사람들은 세상에 수두룩해.”
익숙한 목소리.
마치 전 연인처럼,
내가 뭔가 시작하려 하면 어김없이 찾아와 마음을 무너뜨리던…
그 속삭임은
이번에도 예외 없이 나를 주저앉힌다.
‘완벽하다’고 믿었던 계획은
검은 얼룩 하나에 무너져 내린다.
“아, 나는… 완벽하지 않구나.”
균열은 빠르게 번져간다.
“이것도 안 봤고,”
“저것도 빠졌어.”
“완벽하다고 착각한 너 자신이 문제야.”
쿵. 쿵. 쿵.
링 위의 복싱 선수처럼,
나는 연속으로 카운터 펀치를 맞는다.
무릎이 휘청이고, 시야가 흔들린다.
그리고 그 순간,
내 안의 또 다른 목소리가 조용히 말을 건넨다.
“언제까지 끌려다닐 거야, 저런 궤변에?”
“반대를 위한 반대는 누구나 할 수 있어.”
“넌 ‘완벽한 너’를 보여주기 위해 이걸 시작한 게 아니잖아.”
…그래.
나는 누군가가
자신만의 빛을 찾을 수 있게 돕고 싶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생각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길 바랐다.
내 손에 힘이 들어간다.발목에 반발력이 생긴다.
복근을 타고 올라온 에너지가 팔에 닿는다.
나의 펀치는 회전을 타고 링을 가르기 시작한다.
상대를 향해 카운터를 날린다.
펑.
“들어갔다.”
생각할 틈도 없이,
펀치가 연속적으로 뻗어 나간다.
이번엔 내가 리듬을 만든다.
나만큼은 나를 보호한다.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
“지킬 것이 있는 사람이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사람에게 질 리 없잖아.”
언젠가 본 영화 속 한 대사가
심장을 울리고,
몸의 리듬을 다시 만든다.
펀치는 더욱 정확해지고,
상대는 결국,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쓰러진다.
그가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입 모양으로 말한다.
“드디어, 이겨냈구나.”
그는 쓰러지고,
나는 무릎을 꿇고,
눈물이 흐른다.
“아 당신은 나를 위해…”
그리고,
볼을 타고 흐르는 따뜻한 움직임에
나는 다시 눈을 뜬다.
손을 눈앞에 가져다댄다.
그리고 살며시 쥔다.
그 가볍고도 무거운 무게를,
가슴 깊이 느껴본다.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