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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뇌를 알아간다는 것은 나를 알아간다는 것 (feat. 내면소통 1장)

by Al Da Vinci 2025. 6. 23.

뇌과학과 명상에 관심이 있고, 책도 나름 많이 읽는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저와는 연이 없었던 책,

내면소통』(김주환 지음).

 

출처: 교보문고

 

사람도 그렇지만, 책도 인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때가 있고, 이유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책을 만약 조금만 더 빨리 접했더라면,

저는 아마 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고,

반대로 너무 늦게 알았다면 조금 아쉬워했을 것 같네요.

 

책에는 중요한 정보가 많이 담겨 있기에,

제가 생각하는 주제로 나눠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주제는, ‘뇌를 왜 알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항상 ‘내가 누구인가’를 알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 생각의 시작점은 철학자 데카르트의 한마디로 표현될 수 있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생각하는 존재가 자신이라고 말한 데카르트의 관점은

객관주의와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도 그런 방식으로 사고하고 살아가는 데 익숙해져 있죠.

하지만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 발견되면서,

그 세계관이 정말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의문은 다양한 학자들의 주장 속에서 구체화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뇌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

감정을 기반으로 한 신체적 신호가 의식의 본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신체표지 가설)

 

또 다른 뇌과학자 로돌포 이나스

뇌의 본래 목적은 의도를 생성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주장을 완전히 이해하는 건 전문가의 몫이겠지만,

우리는 단지, ‘우리가 살아왔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 새로운 설명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도

어디엔가 기댈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이 필요합니다.

그 접점에 있는 장기가 바로 입니다.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의식의 거울’이죠.

물론, 뇌는 다른 장기와 달리 매우 섬세해서

측정이나 실험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fMRI 같은 장비의 발달로,

과거엔 불가능했던 실험들이 가능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뇌의 핵심 기능을 들여다보면,

기계론적 세계관은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합니다.

책 『내면소통』 1장에 나오는 인상적인 문장을 인용하자면:

“뇌의 핵심 기능은 세상을 ‘왜곡’하는 것이다.”

 

왜곡이라는 말은 보통 부정적으로 들리지만,

여기서 말하는 왜곡은 개인의 해석이 개입된다는 의미입니다.

 

즉, 각자의 정보 처리 시스템이 다르고,

그 다름이 인간이라는 삶을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는 스토리텔러입니다.

문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이 스토리텔러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살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타인을 해치거나 스스로를 파괴하는 행동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런 행동은 뇌의 특정 부위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편도체공포와 위협 반응을 담당하는 영역입니다.

(단, 주의할 점은 — 어떤 뇌 부위가 특정한 결과를 "직접" 만들어낸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뇌는 복잡하게 연결된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기능 간의 연관성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편도체는 원시시대부터 생존을 위해 작동해 온 부위입니다.

맹수에게 쫓기는 위협 상황이 닥치면,

소화, 배설, 생식처럼 ‘중요하지 않은’ 기능을 억제하고,

살아남기 위한 대응에만 에너지를 집중시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달라졌습니다.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직장, 학업, 육아, 인간관계의 스트레스가

실제 위협은 없지만, 편도체를 지속적으로 자극합니다.

 

그 결과, 편도체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감정은 파악하지 못하고,

단순히 얼굴만 인식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편도체의 활성화에 따른 우리의 불안]

 

다행히도, 우리 뇌에는 편도체를 안정시키는 장치가 존재합니다.

바로 전전두피질, 그중에서도 **mPFC (내측전전두피질)**입니다.

 

이 부위는 감정 조절, 자기 통제, 공감과 관련된 기능을 담당하며,

편도체의 과잉 반응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편도체는 학습 없이도 작동하지만,

전전두피질은 시간과 학습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즉, 청소년기까지의 경험과 환경이 이 연결망 형성에 큰 영향을 줍니다.

이 시기에 제대로 학습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감정 조절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편도체를 악당으로만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그 기능은 때때로 우리에게 강력한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힘이 되기도 하니까요.

예를 들어, 시험 전날 갑자기 집중력이 폭발하는 경험,

그건 편도체가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몰아준 결과일 수 있습니다.

 

물론 바람직한 결과와는 별개의 문제지만요.

이처럼 강한 에너지는 사용 후 반드시 회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편도체 중심의 사고방식은

장기전에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기전을 위한 우리의 뇌]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편도체의 안정, 그리고 전전두피질의 활성화입니다.

mPFC가 활발해지면, 편도체가 진정되며

끈기, 회복탄력성, 집중력, 내적 동기 같은

비인지능력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목표 달성 중심’의 편도체적 사고방식에 익숙해 있습니다.

이는 짧은 생을 사는 종에겐 유리할 수 있으나,

수명이 길어진 인간에게는 오히려 해가 되는 방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뇌에 대한 이해를 쌓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실험과 적용을 해보는 것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방향 탐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게 되면,

그 한계와 가능성도 함께 알게 됩니다.

 

그리고 전전두엽 기반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비인지능력이 발달한다면,

우리는 더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모르고 안 하는 것과,

알고도 안 하는 것은 분명 다른 이야기니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