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피땀눈물 흘린 노력이 보상받지 못하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열심히 영상 속 동작을 따라 한다.
한 동작도 놓치지 않기 위해, 소리를 더 크게 튼다.
그 사람의 숨소리에 나의 호흡을 겹쳐본다.
시공간을 넘어, 우리는 지금 연결되어 있다고 믿고 싶었다.

움직임에 집중하면,
나의 의식이 고요해지고,
가슴 어딘가에서 간질거리는 감각이 피어오른다.
그 순간엔 모든 것이 살아 있었다.

하지만 그 감각은 언제나 짧다.
운동이 끝나고 나면, 나는 다시 나다.

 

<물방울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땀으로 흠뻑 젖은 내 모습이
오늘 하루를 증명해주는 것 같아,
잠시 자랑스럽게 바라본다.

 

그러다, 시선은 다시 스마트폰으로 향한다.
누가 연락했을까?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현실의 세부들이 서서히 나를 잠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감정들도 돌아온다.
불안. 통증. 무력감.
조금 전까지 사라졌던 것들이
이제 다시, 너무도 익숙하게, 나를 덮친다.

다른 사람들은 운동이 스트레스를 푼다는데,
나는 왜, 더 무너지는 것만 같을까?

 

그때, 뇌과학 관련 추천 영상이 눈에 들어온다.
“뇌의 능동적 추론 시스템이 고장 나면, 루틴은 무의미할 수 있다.”

 

마치, 내 머릿속을 들여다본 누군가가 지은 제목.
나는 무의식처럼 그 영상을 누른다.

영상은 말한다.
뇌는 정보를 해석하는 ‘예측 기계’라고.
능동적 추론은 그 예측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기능이다.

 

하지만, 그 시스템이 오작동하면
하찮은 신호도 과장되어 전달되고,
몸은 그 정보를 진실처럼 받아들인다.

 

그래서, 불안한 사람은 더 불안하고,
아픈 사람은 더 아프다.

내 표정이 굳는다.
“그럼… 내가 아무리 좋은 것을 해도,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시스템이 고장났다면
다 소용없다는 말인가?”

 

운동은 그저 마비된 감각을
잠시 흐리게 만들었을 뿐.
근본을 바꾸진 못했다.

그 순간, 영상 속 인물이 말한다.
“그래서 주의(attention)를 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의? 그 단어가 내 가슴 어딘가를 툭 친다.

이어지는 단어 하나.
Allostasis.

 

그 단어가 낯설게 다가오다가
곧 익숙한 다른 단어와 이어진다.
Homeostasis – 항상성.
하지만 Allostasis는 다르다.
목표 수치를 고정하지 않는다.
대신 끊임없이 변화하는 조건 속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마치 자전거를 배우던 날이 떠오른다.
왼쪽으로 기울고, 오른쪽으로 기울고.
그 불균형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균형’을 배웠다.
중요한 건 일정한 힘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감각이었다.

 

<줄타기를 하며 균형을 잡는 판다>

 

지금 나의 불안도, 고통도,
사실은 나만의 균형을 찾아가려는
몸의 언어가 아닐까?

그것이야말로 Allostasis,
내가 지금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역설 아닐까?

 

나는 문득, 오랫동안 써오던 노트를 펼친다.
거기엔 줄이 빼곡히 그어져 있다.
나는 항상 그 줄에 맞춰 글을 썼다.
하지만 지금은,
줄이 없는 페이지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그곳에서는
내가 어디에 글을 써도 괜찮다.
기울어도 되고, 삐뚤어도 된다.

균형은 결국,
내가 나를 허용하는 데서 시작되니까.

 

나는 줄을 탓했지만,
나를 묶고 있던 건
언제나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