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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Story

당신의 색이 나에게 물드는 순간, 나는 도망갈거에요

by Al Da Vinci 2025. 6. 9.

와글와글한 소음 ,
카페 문을 여는 순간
찌르르 울리는 종소리와
은은히 퍼지는 커피향이 나를 감싼다.
익숙한 냄새는
낯선 긴장을 잠시 덮어주는 얇은 담요 같다.

터벅터벅, 계단을 오른다.
위에서 나는
익숙한 얼굴을 찾아 헤맨다.

멀리서 눈에 익은 실루엣들이 보이자,
쿵캉쿵캉
갑자기 심장이 제멋대로 요동친다.
뒤로 물러나고 싶은 마음이
끝까지 차오르지만,
손끝의 떨림을 모른 척하며
제일 가까운 친구의 어깨를 건드린다.

 

.”

 

반가움 섞인 웃음들이 번진다.
하지만,
안에는
언제나처럼
찰나의 스캔이 숨어 있다.

 

모두 다른 색, 다른 렌즈

 

위아래로 훑는 시선
나는 그것을 감지한다.
그리고 역시
익숙하게, 본능적으로
정보를 해석한다.

머리를 바꿨네.’
피부가 좋아 보이네.’
친구는 요즘 괜찮은가 보군.’
머릿속에서 정보가 나열되고,
어디에 배치할지 맥락이 설정된다.

정작 우리는,
사람의 보지 않는다.

눈을 보지 않으면,
진심도 거짓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정보만 보고
사람을 이해하려 한다.
정보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른 .

 

대화가 끝난 ,
기운 빠진 마음을 이끌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도 낯선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힐끔거리는 시선들
나의 과잉 반응인가 싶지만
역시 힐끔힐끔
다른 사람들을 관찰한다.

자리에 좋게 앉아,
스마트폰을 켠다.


YouTube.

익숙한 동굴.

 

끌어당김의 법칙

익숙한 낯선 단어가 시선을 끈다.
호기심에 손가락이 움직이고,
나는 화면을 조심스럽게 기울인다.

양자역학, 진동, 주파수
익숙하지 않은 언어의 향연이 이어진다.

YouTube를 보는 나

 

모든 것이 가능하다.”
말은 달콤하다.
희망을 말하는 보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말은
지금 너는 부족하다 비명처럼 들려온다.

내가 뭔가 잘못 살고 있는 것처럼.
마치 지금 이대로의 나는
무기력한 죄인인 것처럼.

갑자기 숨이 막힌다.
손가락은 서둘러 영상 재생을 멈춘다.
마치 감염이라도 것처럼.

 

오늘 만난 친구들은
영상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
밑져야 본전'이라며
덥석 물지는 않을까?

하지만,
물드는
단번에 일어나지 않는다.

색은
천천히,
아무렇지도 않게,
스며든다.

그리고,
색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색이 오기 전까진.

 

색에 비추는 다른 사람들

 

정보로 판단한 ,
정보로 물든 ,
이제 나는
으로 사람을 바라본다.

혹시,

나는 사람 것이 아니라,

나의 렌즈가 비추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