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한 소음 속,
카페 문을 여는 순간
찌르르 울리는 종소리와
은은히 퍼지는 커피향이 나를 감싼다.
익숙한 이 냄새는
낯선 긴장을 잠시 덮어주는 얇은 담요 같다.
터벅터벅, 계단을 오른다.
그 위에서 나는
익숙한 얼굴을 찾아 헤맨다.
멀리서 눈에 익은 실루엣들이 보이자,
쿵캉쿵캉—
갑자기 심장이 제멋대로 요동친다.
뒤로 물러나고 싶은 마음이
목 끝까지 차오르지만,
손끝의 떨림을 모른 척하며
제일 가까운 친구의 어깨를 툭 건드린다.
“야.”
반가움 섞인 웃음들이 번진다.
하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처럼
찰나의 스캔이 숨어 있다.
위아래로 훑는 시선—
나는 그것을 감지한다.
그리고 나 역시
익숙하게, 본능적으로
그 정보를 해석한다.
‘머리를 바꿨네.’
‘피부가 좋아 보이네.’
‘이 친구는 요즘 괜찮은가 보군.’
머릿속에서 정보가 나열되고,
어디에 배치할지 맥락이 설정된다.
정작 우리는,
그 사람의 ‘눈’을 보지 않는다.
눈을 보지 않으면,
진심도 거짓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정보만 보고
사람을 이해하려 한다.
그 정보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른 채.
대화가 끝난 후,
기운 빠진 마음을 이끌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반복되는 패턴,
그 속에서도 낯선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힐끔거리는 시선들—
나의 과잉 반응인가 싶지만
나 역시 힐끔힐끔
다른 사람들을 관찰한다.
빈 자리에 운 좋게 앉아,
스마트폰을 켠다.
YouTube.
익숙한 동굴.
“끌어당김의 법칙”
익숙한 듯 낯선 단어가 시선을 끈다.
호기심에 손가락이 움직이고,
나는 화면을 조심스럽게 기울인다.
양자역학, 진동, 주파수—
익숙하지 않은 언어의 향연이 이어진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
말은 달콤하다.
희망을 말하는 듯 보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은
‘지금 너는 부족하다’는 비명처럼 들려온다.
내가 뭔가 잘못 살고 있는 것처럼.
마치 지금 이대로의 나는
무기력한 죄인인 것처럼.
갑자기 숨이 막힌다.
손가락은 서둘러 영상 재생을 멈춘다.
마치 감염이라도 된 것처럼.
오늘 만난 친구들은
이 영상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밑져야 본전'이라며
덥석 물지는 않을까?
하지만,
물드는 건
단번에 일어나지 않는다.
그 색은
천천히,
아무렇지도 않게,
스며든다.
그리고,
그 색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색이 오기 전까진.
정보로 판단한 나,
정보로 물든 나,
이제 나는
그 ‘색’으로 사람을 바라본다.
혹시,
나는 ‘사람’을 본 것이 아니라,
나의 렌즈가 비추는 ‘색’을 본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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