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벅터벅 길을 걷다 보이는,
두 개의 문.
하나의 문은 평범하고,
하나의 문은 뭔가 아무도 가지 않았던 정글의 느낌이다.
그렇게 나의 뇌는 익숙한 문으로 향하라 하지만,
왜 인지 나는 힐끔힐끔 다른 문을 쳐다본다.
그 순간,
익숙한 문에서 손들이 튀어 나온다.
마치 여기로 가야만 한다고 말하는 듯이…
나는 그 손들을 뿌리쳐 보지만,
그 손들은 뿌리칠수록 더 강하게 나를 붙잡는다.
아프다고 말을 해도,
싫다고 말을 해도,
손들은 듣지 않는다.
오히려 네가 뭐가 특별하냐는 듯이,
네가 쪽을 갈 용기가 있냐는 듯이,
나를 살짝 밀어 내기도 한다.
오랜 사투 끝에,
그 손들로부터 비로소 자유로워 졌을 때,
나는 문들 사이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다.
남들이 가지 않는 곳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경험을 하지 않아도 아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거대한 손들이 이끄는 곳을 가면,
그 손들을 더 이상 뿌리치지 못하리라…
나는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정글 같은 문고리를 살며시 돌려본다.
그런 나의 결정을 손들이 비웃고 있다.
어디 한번 잘해봐.
그 짤막한 비아냥이 내가 들은 마지막 소리였다.
문 넘어 들어간 곳은,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심연과 같았다.
내가 걷는 것인지,
어딘 가로 빨려들어가는 지 조차 구분될 수 없는 그 어둠은
나를 점점 삼킨다.
어느 것 하나 의지할 수 없고, 빛도 없는 어둠 속에서
나는 그 어둠과 점점 동화된다.
역시, 어른들 말이 옳구나.
나 같은 놈이 갈 길이 아니구나.
어떻게 할 수 없는 우울감이 나를 덮쳤고,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비 상태에 이르른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그 심연 속에서 더 이상 울고 헤메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을 때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아니 너는 무엇일까?”
오랜만에 만나는 말동무라,
나는 그 소리가 어디서 오는지 의심치 않고 대화를 이어간다.
“나는 나지. 나는 내가 경험하는 나야”
“그렇다면, 그것은 너는 보이는 너의 몸이라는 것인가?”
나는 우물쭈물한다.
“그것만은 아닌데, 내 생각도…”
“하지만, 그 생각들 조차 누군가 의도한 것이라면?”
나는 문 앞에서 만났던 손들을 기억해낸다.
“그럼 나는 뭘까?”
“그것에 본인만의 대답을 찾는 것만이 유일하게 가치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더 이상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여러 가지 교차한다.
어렴풋이 읽었던 니체와 관련된 책에서,
자신의 모든 것이 불타버린다고 상상해보라는 것이 생각난다.
그랬을 때, 남는 단 하나의 본질이 자신이라고,
나의 이름, 나의 재산, 나의 몸
모든 것이 탔을 때 남는 유일한 그것.
모든 것이 타고 존재하는 게 있을까?
그러다, 어디선가 돌이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리지?”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쳐다보니,
나체인 남성이 지구만한 돌을 어느 절벽을 향해 밀고 있다.
하루 이틀이 걸려 돌을 절벽에 놓았을 때, 그 돌은 다시 절벽 밑으로 떨어진다.
그렇지만 나체인 남성은 다시 그 돌을 밀기 시작한다.
“아저씨, 그런 행동은 의미 없지 않아요?”
남성은 나를 힐끗 쳐다보지만, 대답을 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짓을 왜 하냐고 말하려 했지만,
그의 깊고 진지한 눈빛에 하려던 말을 삼켰다.
그가 옮기는 것을 여러 날 동안 계속 지켜보았다.
항상 똑 같은 결과,
항상 똑 같은 시작.
나는 무언가는 꼭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의미는 무엇일까?
돌을 옮기는 것은 아저씨에게 어떤 의미지?
그 의미가 내가 생각하는 의미와 같을 수 있을까?
그 순간, 나는 선택이라는 단어가 내 머릿 속을 빠르게 스쳐지나 가는 것을 느낀다.
“선택”
모든 것이 갖는 의미는 모든 사람 아니 모든 의식에게 다르다.
그렇다면…
자신이 부여한 의미를 선택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나는 선택 그 자체가 아닐까?
그 순간, 어두웠던 심연이 환하게 밝아진다.
갑자기 비추는 빛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지만,
눈을 뜨지 않아도 나의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눈을 감은 상태로, 나는 빛을 향해 걸어간다.
무섭다.
두렵다.
그러한 감정들이 나의 가슴 속에서 느껴질 때,
나는 그들을 달래준다.
“괜찮아. 이건 우리가 같이 선택한 것이야”
안도한 감정들은 내가 가려 하는 길을
화려한 꽃길로 만들어준다.
“어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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