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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Story

내 몸에 사는 또 다른 나

by Al Da Vinci 2025. 6. 10.

잠을 청하려 눈을 감는 순간,
쪽에서 누가 칼로 긋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놀라 침대를 걷어내고
불빛 아래 발을 들여다보지만,
거기엔 칼날 대신
붉게 부어오른 발만 있다.

원인을 모른
귀를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질문들.

 

잘못 먹었나?”
어디에 찔렸나?”
과한 운동 때문일까?”

 

답을 찾기도 전에
통증은 점점 날카로워지고,
나는 급하게 응급실을 떠올린다.

사이렌 소리는 너무 시끄럽고,
나는 고개를 숙인
죄인처럼 앉아 있다.

마치 잘못 관리한 자동차를
정비소에 몰래 들여놓는 기분.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나는 조용히 중얼거린다.

 

아픔을 쳐다보는 나


몸과 아픔의 사투 끝에,
떨리는 손으로 약통을 열고
물도 없이 약을 삼킨다.

캡슐이 목을 긁고 내려가며
속에서 부서질 때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쉰다.
잊고 싶다.
고통도, 자신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나는 신을 원망하고,
자신을 의심한다.

그러다 문득,
어딘가에서 읽었던 문장이 떠오른다.

“당신의 몸에는 모든 것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증상이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
고통은 하나의 신호라는 안다.

거울처럼 나를 비춘다.
내가 외면해 왔던 내 모습이
통증 속에서
조용히 고개를 든다.

건강하려면 뛰어야 .”
성공하려면 돈을 벌어야 .”
살아남으려면 알아야 .”

모든 말들이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통제.

 

'통제'와 연결된 나의 '통증'

 

나는 나를 통제하려 했고,
과정에서
몸은 점점 비명을 질렀다.

나는 몸에 채찍을 들이댄 주인이었다.
누구도 아니었다.
자신이,
나를 고문하고 있었다.


모든 깨닫고도,
다시 통증은 짓눌렀다.

그냥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그렇게 쉽게 끝날 없잖아.”

턱을 굳게 다물고,
절망 섞인 생각이 스친다.
차라리, 발을 잘라내면…”

나는 아직
마음을 놓지 못한 것이다.

 

 

그때,
처음으로
발을 조심스럽게 만져본다.

내가 몸을 마지막으로 만진 언제였지?”
나는 몸을
단지수단으로만 여겼던 같다.

몸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나인데도.

나는 작게 속삭인다.
미안해. 그리고고마워.”

 


여전히 발은 붓고 아프지만,
어딘가 미묘하게안정되는 느낌.

아무도 듣지 못할 작은 숨소리로,
몸이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이제야 나를 봐줘서, 고마워.”

그날 ,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겐 함께 살아갈 친구 하나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