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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소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아고타 크리스토프

by Al Da Vinci 2019. 9. 8.

정말 오랜만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을 읽었습니다. 

 

바로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라는 책 입니다.

 

전쟁 중에 할머니 집에 맡겨진 쌍둥이들의 이야기로 시작된 이 책은, 전쟁이라는 긴박한 상황이 어린 나이의 쌍둥이들의 주변과 내면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상세히 묘사하였습니다. 

 

쌍둥이 형제 루카스와 클라우스의 따로인 듯 아닌듯한 엇갈리는 삶이 그려지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 둘이 존재하기는 했는가 하는 의문까지 들게 하는 속임수가 흥미로웠습니다. 그만큼 작가의 문체가 흡입력이 있다는 증거겠지요. 

 

 

"나는 그에게 말했다.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하다는 것, 그은 운이 좋다는 것, 그리고 내가 그의 처지가 되고 싶다는 것을. 나는 그가 더 좋은 처지에 있고, 나는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P.545) 

 

클라우스가 말한 형제 루카스에 대한 존재에서 터져 나오는 고통은 처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서로 떨어져서 살면서도 서로 부러워하는 모습이 인간적이게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두 형제가 가혹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이 오히려 떨어져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소설 본연의 내용을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에서 바라보아도 신선하지만, 국가의 차원 혹은 대륙의 차원에서 생각해도 심오한 뜻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전쟁통 속에서 살던 사람들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것을 더 큰 존재에 투사하여 볼 수 있게 해 주기에, 이 책을 명작이라고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두 쌍둥이가 서로의 상황을 자신의 상상 속에선 부러워하였으나, 정작 본인들은, 서로가 부러워한 모습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를 원하며 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내가 원한 것들 때문에 오히려 다른 문제에 봉착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항상 우리의 시각 속에서만 지켜보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상기시켜주었고, 지금의 내가 불평하는 것들은 제가 만들어 낸 상상이 아닌 가라는 생각도 들게 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헝가리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작품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었습니다.